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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친구가 줄어드는 이유 라떼톡톡 · 관계 에세이숫자는 줄고, 무게는 깊어지는 관계의 진화. 친구의 ‘수’가 아니라 ‘결’을 이야기합니다.젊을 땐 친구가 많았습니다. 술 한잔하자면 금세 모이고, 아무 일도 없어도 밤새 수다를 떨곤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연락 목록이 조용해졌습니다. 모임이 줄고 단체방도 잠잠해졌죠.처음엔 서운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나?”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진짜 관계만 남은 것이더군요. 나이 들수록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누구는 가족에게, 누구는 일과 생계에, 누구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데 집중합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없는 관계’가 조용히 걸러집니다.예전엔 취향이 비슷하면 친구가 됐지만 이제는 가치관이 비슷해야.. 2025. 10. 23.
스트레스는 줄이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품위 있게 다루기. 걸이형이 배운 스트레스 사용설명서.요즘 들어 부쩍 듣는 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좀 줄여야지.” 그런데 세상을 살아보니, 스트레스는 줄이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더군요.예전의 저는 힘든 일이 오면 “아무 생각 말자, 여행 가자” 하며 도망치듯 피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없애야 할 ‘적’으로 여겼죠.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시 모양만 바꿔 다시 찾아옵니다. 살다 보면 스트레스는 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 같습니다. 대화하든 무시하든 자기 역할을 하죠. 중요한 건 그 손님을 어떻게 대하느냐였습니다.그래서 저는 억누르지 않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 느낄까?” 화가 나면 화난 이유를 쓰고, 불안하면 불안의 상황을.. 2025. 10. 23.
“사장님, 법 말고 ‘세상’이랑 싸우셔야 합니다.” (어느 실패한 자영업자의 검찰개혁 라떼) 요즘 TV만 켜면 ‘검찰개혁’ 얘기로 시끄럽습니다. 수사권이니 기소권이니, 중수처니 뭐니…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어려운 단어만 난무합니다. 저 같은 장사치는 그런 높은 분들 싸움에 끼어들 깜냥도 안 되지만, 그분들이 말하는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십수 년 전, 제 첫 가게를 말아먹었던 그 변호사의 서늘한 눈빛이 떠올라 속이 쓰립니다.그때 저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맞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젊은 사장이었습니다. 명백한 본사의 잘못이었고, 계약서상으로도 제가 이길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사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재판이 끝나고 복도에서 마주친 제게 이런 말을 건넸죠.“사장님, 사장님은 법이랑 싸우는 게 아닙니다. 이 ‘세상’이랑.. 2025. 9. 10.
“이번엔 진짜”라는 그놈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9.7 부동산 대책과 걸이형의 꿈) 다들 ‘9.7 부동산 대책’ 얘기로 떠들썩하더군요. LH가 직접 땅 장사 안 하고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 속도를 올리겠다, 수도권에 5년간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 숫자는 참 거창합니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번엔 진짜 집값을 잡네, 못 잡네 갑론을박을 벌이는 걸 멍하니 보고 있자니, 까맣게 잊고 있던 20년 전 그놈 목소리가 떠오릅니다.“사장님, 이번엔 진짜입니다. 여기만 개발되면 1년 안에 최소 두 배는 봅니다.”양복 깃 반반하게 세운 30대 청년의 눈은 유난히 반짝였습니다. 반짝이는 눈과 번지르르한 자료에 홀려, 제 분수도 모르고 가게 보증금까지 빼서 ‘진짜’라는 그 땅에 묻었더랬죠. 결과가 어땠냐고요? 그 땅, 지금도 제 속처럼 허허벌판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진짜’.. 2025. 9. 10.
결국 나를 살린 것은 잘 나갈 때 모은 돈이 아니라, 망했을 때 얻은 사람이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쉰 넘어 실패의 쓴맛을 제대로 본 자영업자, 걸이형입니다.한때는 저도 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제 가치를 증명하고, 닥쳐올 모든 위험을 막아줄 유일한 방패라 믿었습니다. 가게가 잘 될 때, 제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비싼 밥을 사주면 엄지를 치켜세우던 후배, 명절마다 과일 상자를 보내오던 거래처 사장. 저는 그들이 제 ‘인맥’이자 든든한 ‘자산’이라 착각했습니다.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성공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그 많던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더군요. 쌓아 올린 통장 잔고는 무섭게 녹아내렸고, 전화기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위로를 건넬 줄 알았던 이들은 제 탓을 했고, 도움을 청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이들은 아예 등을 돌렸습니다. 차가운.. 2025. 9. 7.
은행은 맑은 날에만 우산을 빌려줍니다. (50대 자영업자의 대출 분투기) 가게 창밖으로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저 비를 다 맞고 걸어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네요. 문득 오래전,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은행 문 앞에서 흠뻑 젖은 채 서 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비’란 갑작스러운 위기를, ‘우산’이란 절실한 돈을 의미하겠지요. 그리고 저는 뼈아픈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은행은 비 오는 날이 아니라, 해가 쨍쨍한 맑은 날에만 우산을 빌려준다는 냉혹한 진실을 말입니다. 그때 저는 제법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주인이었습니다.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제 사업계획서는 빛이 났고, 매출 전망은 장밋빛이었습니다. 은행은 그런 저를 보고 ‘사장님, 사장님’하며 VIP 대접을 해줬습니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 지점장이 직접 찾아와 제 가게의 인테리어를 칭찬하며 “저희가 든..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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