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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이형16

“사장님, 법 말고 ‘세상’이랑 싸우셔야 합니다.” (어느 실패한 자영업자의 검찰개혁 라떼) 요즘 TV만 켜면 ‘검찰개혁’ 얘기로 시끄럽습니다. 수사권이니 기소권이니, 중수처니 뭐니…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어려운 단어만 난무합니다. 저 같은 장사치는 그런 높은 분들 싸움에 끼어들 깜냥도 안 되지만, 그분들이 말하는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십수 년 전, 제 첫 가게를 말아먹었던 그 변호사의 서늘한 눈빛이 떠올라 속이 쓰립니다.그때 저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맞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젊은 사장이었습니다. 명백한 본사의 잘못이었고, 계약서상으로도 제가 이길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사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재판이 끝나고 복도에서 마주친 제게 이런 말을 건넸죠.“사장님, 사장님은 법이랑 싸우는 게 아닙니다. 이 ‘세상’이랑.. 2025. 9. 10.
“이번엔 진짜”라는 그놈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9.7 부동산 대책과 걸이형의 꿈) 다들 ‘9.7 부동산 대책’ 얘기로 떠들썩하더군요. LH가 직접 땅 장사 안 하고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 속도를 올리겠다, 수도권에 5년간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 숫자는 참 거창합니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번엔 진짜 집값을 잡네, 못 잡네 갑론을박을 벌이는 걸 멍하니 보고 있자니, 까맣게 잊고 있던 20년 전 그놈 목소리가 떠오릅니다.“사장님, 이번엔 진짜입니다. 여기만 개발되면 1년 안에 최소 두 배는 봅니다.”양복 깃 반반하게 세운 30대 청년의 눈은 유난히 반짝였습니다. 반짝이는 눈과 번지르르한 자료에 홀려, 제 분수도 모르고 가게 보증금까지 빼서 ‘진짜’라는 그 땅에 묻었더랬죠. 결과가 어땠냐고요? 그 땅, 지금도 제 속처럼 허허벌판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진짜’.. 2025. 9. 10.
꼰대가 아니라 '어른'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세상의 모든 지친 어깨에 따뜻한 '인생 라떼' 한 잔 말아드리는 걸이형입니다. "아, 예..."혹시 당신의 조언에 젊은 직원이 이런 영혼 없는 대답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에 상대의 눈빛이 흐려지는 순간을 경험한 적은 없으신지요. 저는 있습니다. 그 순간 등골을 스치는 서늘한 깨달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누구도 처음부터 꼰대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저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고,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좋은 의도였겠지요. 하지만 그 결과가 존경이 아닌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면, 우리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입니다.• • •나의 부끄러운 '꼰대' 시절 고백저에게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억.. 2025. 8. 19.
카페에 AI 스피커를 들였다가 클럽이 된 사연 ‘스마트’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에 대해 아시는지요. 저 같은 50대 자영업자에게 ‘스마트 스토어’, ‘스마트 오더’ 같은 말들은 따라가기 벅찬 최신 유행어와 같습니다. 그 욕망이 제 가게를 한순간에 K팝 댄스홀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얼마 전 가게를 찾아온 딸아이 손에 들린 작은 상자였습니다. “아빠, 요즘 장사는 어때?”라며 안부를 묻던 딸은, 계산대 위에 낡은 CD 플레이어를 보더니 혀를 찼습니다. “아빠, 아직도 이걸로 음악 들어? 요즘 사장님들은 다 말로 하는 거 몰라?” 그러면서 건넨 것이 바로 손바닥만 한 AI 스피커였습니다. 딸은 직접 시범을 보였습니다. “헤이 AI, 비 오는 날 어울리는 재즈 틀어줘.” 그러자 딸의 맑은 목소리를 찰떡같이 알아들은 스피커에서 감.. 2025. 8. 18.
요즘 애들 말, 따라 하려다 '오운완' 을 알게된날~ 사장님들, 혹시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남몰래 신조어 공부해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제법 성공적인 ‘비밀 스터디’를 통해 MZ세대와의 언어 장벽을 완벽히 허물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 오만한 믿음이 박살 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저희 가게의 보배, 20대 아르바이트생 김 군이었습니다. 성실하고 싹싹한 친구지만, 가끔 김 군이 동료와 나누는 대화는 저에게 마치 해독 불가능한 암호문 같았습니다. 언젠가 재고가 똑떨어진 원두를 보며 제가 "큰일이네" 하자, 김 군이 "오히려 좋아, ‘억텐’ 말고 ‘찐텐’으로 쉬는 시간 ‘개이득’"이라 말했을 때, 저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제 가게 안에서 제가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2025. 8. 18.
30대 자네에게, 50대 내가 딱 하나만 다시 할 수 있다면 고를 '그 실수' 훟ㅚ 안녕하십니까. 서울 한구석에서 작은 가게를 지키며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열고 있는 50대 자영업자, '걸이형'입니다.가끔 가게 창밖으로 쉴 틈 없이 달리는 30대 직장인들을 봅니다. 반짝이는 구두, 잘 다려진 셔츠, 그리고 얼굴에 가득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 모습을 보면 20년 전 제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이 짠해지곤 합니다. 그때의 저도 그랬거든요.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바꾸고 싶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돈을 더 벌 기회나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순간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기꺼이 다시 반복하고 싶은, 그래서 30대의 본인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그 실수'에 대해..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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