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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자네에게, 50대 내가 딱 하나만 다시 할 수 있다면 고를 '그 실수'

by 걸이형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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훟ㅚ

 

 

안녕하십니까. 서울 한구석에서 작은 가게를 지키며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열고 있는 50대 자영업자, '걸이형'입니다.

가끔 가게 창밖으로 쉴 틈 없이 달리는 30대 직장인들을 봅니다. 반짝이는 구두, 잘 다려진 셔츠, 그리고 얼굴에 가득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 모습을 보면 20년 전 제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이 짠해지곤 합니다. 그때의 저도 그랬거든요.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바꾸고 싶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돈을 더 벌 기회나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순간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기꺼이 다시 반복하고 싶은, 그래서 30대의 본인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그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쓸데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했던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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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의 ‘손익분기점’을 몰랐던 시절

30대 때 저는 인맥이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온갖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의 경조사까지 챙기며 주말을 반납하기 일쑤였죠.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 그리고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어설픈 착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나눈 대화들은 다음 날이면 휘발유처럼 날아갔지만, 저는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지만 50대가 되어 보니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그때 제가 뿌렸던 시간과 감정이라는 씨앗 대부분은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했다는 것을요. 오히려 그 시간 때문에 정작 물을 줬어야 할 소중한 관계들은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기억이 뼈아프게 남아있습니다. 당시 제게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오랜 친구가 있었습니다. 손재주는 좋았지만 사업 수완은 부족했던 친구였죠. 어느 금요일 저녁,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 사람아, 새로 만든 시제품 좀 봐줘. 자네 쓴소리가 절실히 필요해." 그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습니다. 그날 저녁, 소위 업계의 '중요한 분'들과의 술자리가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안하다. 오늘 정말 중요한 분들 만나야 해서. 주말 지나고 보자."

결과적으로 그 '중요한 분'들과의 술자리는 겉도는 농담과 명함 교환만 오갔을 뿐, 다음 날 아침 남은 건 숙취와 공허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몇 번의 실패 끝에 공방을 접었고, 상처받은 마음과 함께 저와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나 우연히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은 기술로 재기에 성공해 업계에서 꽤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있더군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그의 성공이 배 아픈 게 아니라, 그의 가장 힘든 시절에 가장 간절했던 순간에, 그를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했던 제 자신이 죽도록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30대의 인간관계는 자산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요. 모든 주식이 오르지 않듯, 모든 관계가 내 인생에 플러스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관계는 내 시간과 감정을 갉아먹는 마이너스 통장과도 같습니다.

저는 그때 제 인생의 가장 유망한 우량주(진짜 친구)를 팔아, 이름만 번지르르한 작전주(쓸데없는 인맥)에 투자했던 어리석은 투자자였습니다. 우량주는 묵묵히 내 곁을 지키며 긴 세월에 걸쳐 가치가 오르지만, 작전주는 화려한 소문만 남긴 채 어느 날 갑자기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자네에게 하고 싶은 말

인생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특히 30대는 일과 가정, 그리고 나 자신에게 써야 할 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절하지 못해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 에너지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곤 합니다.

"이 만남이 끝났을 때, 나는 채워지는가, 아니면 방전되는가?"

모든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영감을 얻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만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내 험담을 하고 다닐 것 같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후자가 바로 자네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작전주입니다.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50대가 되어보니, 남는 사람은 결국 내가 빛날 때가 아니라 내가 가장 초라하고 힘들 때, 이유 없이 내 편이 되어주었던 몇 사람뿐입니다. 자네의 가장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바로 그 사람들에게 쓰십시오. 그게 30대에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인생 투자입니다.

- 걸이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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