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좋은 주식 종목 하나만 찍어주세요."
"선배님,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살면서 이런 부탁, 참 많이도 받아봤습니다. 20대 혈기왕성할 때는 저 역시 이런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죠. 귀가 얇아 전문가가 '추천'하는 종목에 전 재산을 넣었다가 한강 물 온도를 체크해본 적도 있고, 주변에서 '저 사람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앞뒤 안 가리고 마음을 줬다가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든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돈으로 울고, 사람 때문에 울며 수십 년을 살아보니, 문득 소름 돋는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달라 보이는 '주식 투자'와 '연애'가 사실은 같은 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요. 종목 고르는 법이나 사람 고르는 법이나, 매수 타이밍이나 고백 타이밍이나, 손절매나 이별이나. 파고들면 들수록 깜짝 놀랄 만큼 닮아있더군요.
오늘은 반백 년 가까이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가며, 제 피 같은 돈과 눈물로 배운 '투자'와 '연애'의 소름 돋는 공통점 세 가지를 '인생 라떼'에 진하게 타서 드려볼까 합니다.
공통점 1: 남의 말만 듣다 쪽박 찬다
주식 시장에 갓 입문한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뭘까요? 바로 '자기 공부' 없이 '정보'에만 의존하는 겁니다. 친구가 "이거 대박이래" 하면 귀가 솔깃하고, 증권방송 전문가가 "무조건 갑니다!" 외치면 다음 날 아침 시장가로 풀 매수해버리죠.
저 역시 20대 후반, '닷컴 버블' 시절에 그런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IT 기업 주식을 사두면 10배는 우습다는 소문이 파다했죠. 회사 재무제표는커녕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강남 큰손 형님'이 샀다는 찌라시 하나 믿고 적금을 깨서 전부 털어 넣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10배는커녕 10분의 1 토막이 나버렸습니다. 남의 말만 믿은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연애는 다를까요? 똑같습니다. "쟤 진짜 괜찮아, 착해"라는 친구의 소개, "저만한 사람 없어"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떠밀려 시작한 관계는 높은 확률로 삐걱거립니다. 내 마음이 '왜' 좋은지, 내 눈으로 '무엇'을 보았는지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보증은 사랑의 담보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우량주' 같아 보여도, 내 투자 성향(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겁니다.
남의 추천에 의존하는 투자는 실패하고, 남의 평판에 의존하는 연애는 불행해집니다. 그러니 부디, '카더라' 통신 말고 당신의 안목을 믿으십시오.
공통점 2: '몰빵'은 반드시 필패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의 가장 유명한 격언이죠. 하지만 우리는 늘 그 유혹에 빠집니다. '이 종목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 이성을 잃고 전 재산을 '몰빵'하게 되죠.
한때 저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작은 회사에 꽂힌 적이 있습니다. 전망도 좋아 보였고, 기술력도 탄탄했죠. 저는 다른 주식을 전부 팔아치우고 그 회사에 '영끌'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예상치 못한 대외 악재로 그 산업 전체가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종목이라도 있었다면 손실을 메꿀 수 있었겠지만, 한 곳에 모든 것을 걸었던 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연애에서의 '몰빵'은 더 위험합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내 세상의 중심이 온통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모든 시간, 내 모든 감정, 내 모든 미래 계획의 기준이 그 사람이 되는 것이죠. 그 자체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관계가 끝나버렸을 때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사람이 내 세상의 전부였기에, 그가 떠나는 순간 내 세상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겁니다.
사랑이 끝나더라도 내 삶이 통째로 흔들리지 않도록, 당신의 삶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세요.
공통점 3: '손절' 타이밍을 놓치면 인생이 피곤하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사는 기술'이 아니라 '파는 기술'이라고들 합니다. 특히 손실이 났을 때 "곧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버티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죠.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행위, 그것이 바로 '손절'입니다.
연애에서도 '손절'의 지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만날수록 내 자존감만 깎여나가는 관계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동안 들인 정이 아까워서', '혹시나 이 사람이 달라질까 봐'라는 미련 때문에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절하지 못한 주식이 계좌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주듯, 손절하지 못한 관계는 내 삶을 야금야금 좀먹습니다. 이미 가라앉고 있는 배라는 걸 알면서도, 배 위에 차려진 음식이 아까워 내리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관계를 정리하는 용기. 그것이 50대가 되어서야 깨달은, 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었습니다.
결국 투자의 성공과 연애의 행복은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원칙, 한 곳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균형감각, 그리고 아니다 싶을 때 과감히 돌아설 수 있는 용기. 이 세 가지만 기억하셔도, 돈 때문에 밤잠 설치고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