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이든,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든, 우리는 마치 종교처럼 "자리가 반이다"라는 말을 신봉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탈탈 털어 넣었던 제 첫 가게 '걸이의 키친'은 누가 봐도 '목 좋은 자리'였습니다.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번화가 코너, 월세 500만 원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통유리 너머로 수많은 사람이 강물처럼 흘러갔지만, 그들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 제 가게의 '손님'이 되어주지는 않았습니다.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무심한 행인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 공허함, 월세 날짜가 다가올수록 심장을 옥죄어오던 압박감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시장에서 퇴장당한 뒤, 저는 한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가게의 흥망성쇠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깨달음을 준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동네 재래시장 구석, 월세 50만 원짜리 작은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시던 일흔의 할머니셨습니다.
부동산 사장님도 몰랐던 할머니의 비밀
그 가게는 부동산 업자의 시선으로 보자면 최악의 자리였습니다. 시장의 메인 동선에서 벗어난 좁은 골목, 어른 두세 명만 들어서도 꽉 차는 비좁은 공간, 심지어 흔한 간판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가게 앞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근처 학생들부터 양복 입은 직장인, 장 보러 온 주부들까지,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골목 안쪽의 작은 가게를 향해 걸어 들어왔습니다.
저는 몇 날 며칠을 그 가게 앞에서 서성이며 할머니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수억 원을 들여 얻었던 자리는 그저 '흐르는 자리'였지만, 할머니의 초라한 가게는 사람이 '머무는 자리'였다는 것을요.
할머니의 가게에는 세 가지 특별한 '중력'이 있었습니다. 첫째, 십수 년째 똑같은 맛을 내는,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의 맛'이 있었습니다. 둘째, 손주를 대하듯 "학생, 밥은 먹었어?"라며 케첩이라도 한 줄 더 뿌려주시던 '따뜻한 정'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그 골목에 가면 맛있는 토스트 집이 있어"라는 '대체 불가능한 평판'이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 중력은, 목적 없이 흐르던 유동인구를 '이 가게에 가야만 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목적성 유동인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길을 가다 우연히 가게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할머니 토스트'를 먹기 위해 그 골목으로 발걸음을 향했던 것입니다.
'흐르는 자리' vs '머무는 자리'
그때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흐르는 자리'는 운에 기대는 낚시와 같고, '머무는 자리'는 실력으로 짓는 농사와 같다는 것을요. 낚시는 미끼만 좋으면 당장 몇 마리를 낚을 수는 있겠지만, 물고기 떼가 떠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잘 가꾼 밭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을 쏟은 만큼 해마다 어김없이 풍성한 수확을 안겨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모습에 현혹되지만, 진짜 부자는 묵묵히 자신의 밭을 일구는 농부였습니다.
진짜 '돈 버는 자리'란 부동산 계약서에 찍힌 주소지가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넘쳐나는 유동인구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마음속에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내 가게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통해, 고객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아오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자리'의 본질이었습니다.
월세 500만 원짜리 가게는 제게 실패를 가르쳤지만, 월세 50만 원짜리 가게는 제게 성공의 본질을 보여주었습니다.
-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