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요즘 구글은 이걸 본다면서요?" E-A-T, 우리 엄마 단골 과일가게 사장님은 이미 다 했던 것

by 걸이형 2025. 8. 14.
반응형

 

과일가계 수박

 

 

요즘 블로그나 유튜브를 좀 해보려고 하니, 다들 어려운 영어 단어를 자꾸 이야기하더군요. 그중에서도 제 귀에 딱 박힌 게 바로 'E-A-T'라는 것이었습니다. 구글이라는 똑똑한 회사가 어떤 글이나 정보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라면서요? 경험(Experience), 전문성(Expertise), 권위성(Authoritativeness), 신뢰성(Trustworthiness). 뭐, 말 자체는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영어 단어들, 왠지 낯설지가 않았거든요. 30년도 더 지난 옛날, 제가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왁자지껄한 재래시장의 풍경이 눈앞에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온갖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구글이 이제 와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 E-A-T라는 건, 사실 30년 전 우리 동네 시장 상인들이 이미 몸으로, 삶으로 보여주고 있던 장사의 가장 기본이었습니다.

우리 엄마의 '믿고 사는' 과일 가게는 시장 초입에 있던 '순이네 청과'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늘 목소리가 우렁찼고, 그을린 얼굴에는 사람 좋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죠. 그 아저씨는 E-A-T라는 단어는커녕, 영어 알파벳도 다 모르셨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누구보다 완벽한 E-A-T의 대가였습니다.

• • •

1. 경험 (Experience): 손끝으로 과일과 대화하던 남자

순이네 아저씨의 경험은 그냥 '오래 팔았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과일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죠. 수박을 고를 때면 꼭지 모양, 줄무늬 색깔, 그리고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려보는 소리만으로 당도를 기가 막히게 알아맞혔습니다. "학생, 이건 오늘 막 들어와서 아직 맹탕이야. 딱 이틀만 더 있다가 와. 그때가 제일 맛있어."

이건 책으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매일 새벽 시장에 나가 수만 통의 과일을 직접 만지고, 잘라보고, 맛보며 몸으로 체득한 '날것'의 경험이죠. 구글이 말하는 경험(Experience)이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그럴싸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뒹굴며 쌓아 올린 진짜배기 경험 말입니다.

2. 전문성 (Expertise): '그래서 이걸로 뭘 해 먹으면 좋은데?'에 답하다

아저씨는 단순히 과일만 팔지 않았습니다. 그는 최고의 '과일 큐레이터'였습니다. 웬 젊은 새댁이 와서 "아기가 먹을 건데, 뭐가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지금 나오는 참외가 달고 씨가 부드러워서 아기들 먹기 딱이야. 껍질 깎아서 숟가락으로 긁어줘 봐."라고 답해줬습니다. 명절을 앞두고는 "제사상에 올릴 배는 너무 큰 거보다, 이 정도 크기에 아래가 묵직한 놈으로 골라야 속이 꽉 차고 물이 많아."라며 팁을 줬죠.

이게 바로 전문성(Expertise)입니다. 내 상품의 스펙만 줄줄 외우는 게 아니라, 고객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그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좋을지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것. 30년 전 순이네 아저씨는 이미 그걸 하고 있었습니다.

3. 권위성 (Authoritativeness) & 신뢰성(Trustworthiness): "아저씨가 아니라면 말고!"

권위와 신뢰는 결국 한 끗 차이입니다. 순이네 아저씨의 권위는 "내가 이 시장 과일 박사야!"라고 외쳐서 생긴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뢰의 결과물이었죠.

한번은 어머니가 사과 한 봉지를 사 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몇 개가 푸석했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가 가게에 가서 "아저씨, 어제 사 간 사과가 맛이 영 아니네"하고 투덜거리셨죠. 그러자 아저씨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그걸 미처 못 봤네요. 이걸로는 절대 돈 못 받습니다."라며 봉지에 사과를 두 개 더 담아주며 원래 사과 값까지 돌려주려 했습니다. 어머니는 극구 사양하며 그냥 나오셨지만,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다른 과일 가게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 안에 권위와 신뢰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자기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에서 '신뢰(Trustworthiness)'가 생기고, 그 신뢰가 쌓여 "이 집 물건은 믿을 수 있다", "과일은 무조건 순이네"라는 '권위(Authoritativeness)'가 만들어진 겁니다. 덤으로 주는 정, 정직한 저울, 맛없는 과일은 팔지 않는 고집. 이런 것들이 바로 신뢰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돌아봤다

'걸이의 키친'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시절, 저는 E-A-T의 정반대 지점에 있었습니다. 제 경험(Experience)은 손님의 목소리가 아닌 제 고집 속에 갇혀 있었고, 제 전문성(Expertise)은 손님의 필요가 아닌 제 요리의 화려함에만 집중돼 있었습니다. 당연히 권위와 신뢰는 바닥이었죠.

결국 플랫폼이 재래시장이든, 네이버 블로그든, 유튜브든 본질은 똑같습니다. 고객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쓸 때, 경험 많고, 전문적이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구글이 E-A-T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그게 바로 '사람'이 정보를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블로그를 시작하며 어려운 전문 용어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컴퓨터를 끄고,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단골 가게 사장님을 떠올려보세요.

마무리

결국 우리가 써야 할 글은, 구글을 만족시키기 위한 글이 아니라, 30년 전 순이네 청과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글입니다. 진솔한 경험, 고객을 위한 전문성, 그리고 정직한 신뢰. 이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사랑받게 될 겁니다.

- 걸이형 드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