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지친 어깨에 따뜻한 '인생 라떼' 한 잔 말아드리는 걸이형입니다.
"열심히 살지 마세요, 제발."
제가 이런 소리를 하면 다들 혀를 차실 겁니다. 뼈 빠지게 일해도 모자랄 판에, 50대 자영업자라는 사람이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30대, 40대에는 '열심'이라는 단어를 성경처럼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하루 3시간 쪽잠 자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것을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면 언젠가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결론이요? 화려한 성공이 아닌, 지독한 번아웃과 텅 비어버린 통장이었습니다. 몸은 망가졌고, 마음에는 그늘이 졌으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기계 같은 삶이었습니다.
'열심'이라는 함정, '바쁨'이라는 착각
우리는 왜 그토록 '열심'에 집착할까요? 잠시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쉬고 있으면 죄를 짓는 듯한 이상한 죄책감 때문은 아닐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비 오는 어느 날, 며칠 밤을 새운 탓에 멍한 정신으로 손님의 주문을 잘못 내어드린 적이 있습니다. 화를 내실 법도 한데, 그 손님은 그저 제 지친 얼굴을 빤히 보시더니 한숨과 함께 말씀하시더군요. "사장님,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그 꾸짖음보다 무거웠던 연민의 한마디가 제 뒤통수를 세게 때렸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 열심은 저를 망가뜨리고 손님에게는 실망을 안겨주는 '민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맹목적인 열심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끓는 주전자에 계속 불을 지피면 물만 증발하고 바닥을 태우듯,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없는 곳에 태워버리게 만들 뿐입니다.
나 자신과 주변 모두를 파괴할 뿐입니다."
'제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인생과 장사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대로' 한다는 것은 그냥 한다는것이 아닌 '현명함'입니다. 제 인생의 라떼 레시피에 담긴 세 가지 핵심 원두는 바로 '관찰', '선택', 그리고 '여백'입니다.
<걸이형의 '제대로' 라떼 레시피>
- 관찰 라떼 🧐: 진짜 사장의 자리는 주방이나 카운터가 아니라, 가게의 가장 구석 자리입니다. 그곳에 앉아 하루 30분이라도 손님을 '관찰'해야 합니다. 저는 이 시간에 손님들이 메뉴판 어느 부분에서 가장 오래 망설이는지, 어떤 반찬에 손이 가지 않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이 데이터가 가게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 선택 라떼 ✂️: 메뉴가 30가지가 넘던 제 가게는 재고 관리도, 맛의 일관성도 없었습니다. '제대로' 하는 것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였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대표 메뉴 서너 개에 집중하고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처음엔 매출이 줄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음식의 질이 오르자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곧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버리는 용기, 즉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현명함의 다른 이름입니다.
- 여백 라떼 ☕: 이것은 휴식이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가게를 벗어나 서점에 가고, 잘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보십시오. 저희 가게의 인기 메뉴였던 '숙주 돈까스'의 아이디어는, 제가 경쟁 가게의 느끼한 돈까스를 먹다가 '아삭한 식감을 더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여백'의 시간에 새로운 기회가 숨어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하는 시간은 결코 노는 시간이 아닙니다. 가장 치열하게 '진짜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맹목적인 열심의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비로소 내 인생의 핸들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열심히'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제대로' 살고 계십니까?
-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