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만의 작은 식당 하나 갖는 게 꿈이에요."
술 한잔 들어가면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 이름 석 자를 건 가게, 내가 만든 요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상상.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죠. 10년 전, 저도 그 꿈에 취해 겁 없이 식당을 열었습니다. 번듯한 상가 1층, 통유리로 된 가게에 '걸이의 키친'이라는 간판을 달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뒤, 저는 1억이라는 빚과 텅 빈 가게 열쇠만 손에 쥔 채 거리로 나앉았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오는 오만함이죠. 저는 손님을 '내 작품을 감상하고 박수 쳐 줄 관객'으로만 여겼던 겁니다.
최신식 주방 설비, 손수 고른 북유럽풍 식기, 제가 몇 달간 공들여 개발한 '창작 요리' 메뉴판까지. 저는 '걸이의 키친'이라는 무대 위에 선 주인공이었고, 제 요리는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업 초, 가게는 지인들의 축하 화분으로 북적였습니다. 다들 "맛있다", "대박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죠. 저는 그 칭찬에 취해 더 높이 날았습니다. 메뉴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누군가 "조금 짜다" 혹은 "이건 무슨 맛이에요?"라고 물으면 속으로 '내 깊은 뜻을 모르는군'하며 무시하기 일쑤였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문을 연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점잖은 중년 부부가 들어와 가장 비싼 스테이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의기양양하게 제 '작품'을 내어놓았죠. 하지만 부부는 스테이크를 반도 먹지 않고 포크를 내려놓았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남편분이 조심스럽게 저를 불렀습니다. "사장님, 혹시... 그냥 김치찌개 같은 건 안 될까요?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요."
그 순간, 저는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내 예술 같은 요리 앞에서 감히 김치찌개를 찾다니! 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정해진 코스 요리만 취급하는 곳이라서요." 부부는 더 말없이 계산을 하고 나갔고, 저는 '내 요리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 부부가 다시는 '걸이의 키친'을 찾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들의 그 한마디가 망해가는 제 가게를 살릴 마지막 '신호'였다는 것을요. 그건 모욕이 아니라, "사장님, 우리는 이런 편안한 음식이 필요해요"라는 고객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목소리를 닫아버렸고, 제 가게의 문도 그때부터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뜸해지자 저는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목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너무 자극적인 맛만 찾아서' 등등. 남 탓, 세상 탓만 늘어놓았죠. 정작 가장 큰 문제였던, 오만함으로 가득 찬 제 자신을 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1억짜리 수업료로 배운 것
1억 원. 제게는 피 같은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돈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값비싼 '수업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처절한 실패를 통해 저는 장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 '손님'이라는 두 글자의 진짜 의미를 배웠으니까요.
그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서, 즐겁고 맛있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일 뿐입니다.
사장의 역할은 잘난 척 내 실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만족을 주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나만의 가게'를 꿈꾸는 분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가게는 당신의 무대가 아니라, 손님의 식탁입니다. 당신의 상품에 사랑에 빠지지 말고, 당신의 손님과 사랑에 빠지십시오. 그 간단한 진리를 깨닫는 데, 저는 1억이라는 비싼 값을 치렀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시길, 이 '인생 라떼' 한 잔에 진심을 담아 빌어봅니다.
-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