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먼지가 춤을 춥니다. 오후 세 시, 가장 나른하고 또 가장 잔인한 시간입니다. 텅 빈 가게의 적막함이 심장을 쿵 하고 내려찍는 듯합니다. 이럴 때 사장님들의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맴돌고 있을지 저는 잘 압니다. ‘할인’, ‘세일’, ‘특가’… 벽에 커다랗게 써 붙이면 금방이라도 손님들이 몰려들 것 같은 달콤한 유혹이죠. 하지만 뼈아픈 실패를 겪어본 선배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그 유혹은 독이 든 성배입니다. 가장 먼저 망하는 지름길로 올라타는 급행열차표와 같습니다.
십수 년 전, 저는 동네 골목에서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었습니다. 매일 아침 직접 끓이는 토마토소스의 향긋함과 손으로 반죽한 생면의 쫄깃함에 제 인생을 걸었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이 제 가장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 건너에 번쩍이는 파스타 프랜차이즈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 앞에 ‘런치 파스타 9,900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제 요리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지더군요. ‘나라고 못할 것 같나.’ 다음 날, 저도 똑같이 가격을 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제 꿈을 무너뜨린 잘못된 시작이었습니다.
상대가 파스타 값을 내리면, 저는 피자 값을 내렸습니다. 서로의 가게를 염탐하며 오늘은 또 뭘 내렸나 확인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손님들이 늘어나는 것 같았지만, 정작 제 손에 쥐어지는 돈은 없었습니다. 마진이 줄어드니 저도 모르게 재료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만들던 토마토소스는 공장에서 만든 캔 소스로 바뀌었고, 신선한 모차렐라 치즈 대신 값싼 가공 치즈를 올렸습니다. 제 요리의 심장과도 같았던 올리브 오일마저 등급을 낮췄죠. 스스로 제 요리의 영혼을 파는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떠나간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찾아와 늘 같은 파스타를 주문하던 단골 부부가 어느 날 제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사장님, 예전 그 맛이 안 나요.” 분노가 아닌 실망이 담긴 그 표정 앞에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격만 보고 찾아온 뜨내기손님들은 100원이라도 더 싼 곳이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버렸습니다. 결국 몇 달간의 피 튀기는 출혈 경쟁 끝에 길 건너 가게도, 저도 비슷한 시기에 레스토랑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둘 다 패배한 싸움이었습니다.
"가격 경쟁은 밑 빠진 독 두 개가 서로 물을 퍼주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둘 다 말라 죽을 뿐, 승자는 없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손님이 지갑을 닫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 가격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장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격표의 숫자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격표 뒤에 숨은 가치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치를 올려야 할까요? 거창한 리모델링이 필요 없습니다.
첫째, 값을 내릴 시간에 ‘정성’을 더하십시오. “어서 오세요!” 진심으로 반갑게 건네는 인사 한 번, “오늘 입으신 옷이 참 멋지네요.” 다정한 말 한마디가 파격적인 할인보다 더 강력한 무기입니다. 테이블 위의 작은 얼룩 하나 더 닦고, 와인잔을 더 투명하게 관리하는 그 디테일에서 손님은 존중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런 인간적인 정이야말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가치가 됩니다.
둘째, ‘나만의 이야기’를 파십시오. 우리 가게의 토마토소스 레시피는 이탈리아 여행 중 작은 시골 마을의 할머니께 직접 배운 것이라거나, 이 와인은 사장인 내가 직접 와이너리를 돌며 찾아낸 보물이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메뉴판 한구석에 작은 글씨로라도 그 이야기를 적어두십시오.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게만의 철학과 스토리를 소비하고 싶어 합니다. 가격은 누구나 흉내 낼 수 있어도, 사장님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는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입니다.
불경기라는 짙은 안갯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오히려 명확합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은 내가 길을 잃었다고, 자신이 없다고 소리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꿋꿋이 내 가치를 지키고 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단골의 믿음을 얻고, 새로운 손님의 발길을 돌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장님들께서는 가격 대신 무엇으로 손님의 마음을 붙잡고 계십니까? 사장님들만의 ‘가치를 더하기’ 비법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십시오.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