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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라떼는, 바로 당신의 '경험'입니다.

by 걸이형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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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경험 가치

 

한 잔에 몇만 원을 호가하는 커피가 있습니다. 게이샤니 루왁이니 하는 이름도 어려운 원두로 내린 커피죠. 저도 큰맘 먹고 한번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분명 향도 좋고 맛도 특별했지만, 솔직히 그 돈을 또 내고 마실 것 같지는 않더군요. 사람들은 왜 그토록 비싼 커피를 마실까요. 희소성이 주는 특별함, 바리스타의 이야기가 담긴 그 한 잔의 가치를 사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오늘, 그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귀한 라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메뉴판에는 가격조차 매길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라떼. 바로 당신의 '경험'으로 만든 라떼입니다.


그 라떼의 원가는 '시간'과 '상처'입니다

우리는 경험의 가치를 너무 쉽게 잊고 삽니다. 특히 실패의 경험은 부끄러운 흉터처럼 감추기에 급급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경험 하나를 얻기 위해 우리가 치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열었던 레스토랑을 말아먹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내 요리는 최고'라는 오만함에 빠져 손님들의 조언을 무시했습니다. 한번은 단골손님께서 조심스럽게 파스타가 조금 짜다고 말씀해주셨죠. 저는 웃으며 "원래 정통 이탈리아 방식이 이렇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억입니다. 저는 손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제 무지를 지적하는 공격으로 받아쳤던 겁니다.

결국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제 잘못을 깨달았죠. 그 실패로 저는 무엇을 잃었을까요? 가게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믿어준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제 인생의 가장 뜨거웠던 몇 년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잃었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저는 '장사란 내 고집이 아니라 손님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는 뼛속 깊은 레시피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겪은 실패는 어떻습니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나서야 '사람 보는 법'을 배웠고,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나서야 '돈의 무서움'을 알게 되지는 않았나요? 그 모든 경험의 원가는 바로 당신의 시간과 눈물,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입니다.


헐값에 넘기기엔 너무나 아까운 당신의 이야기

참 아이러니하죠.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귀한 경험인데도,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헐값에 넘기기 일쑤입니다. 술자리 안주 삼아 푸념으로 흩뿌리거나, 부끄러운 과거라며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내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고, 내 실패는 너무 초라해서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에 전시된 남들의 화려한 성공 신화와 나의 구질구질한 현실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거죠. 화려한 성공만이 박수받는 세상에서, 무릎 깨진 이야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지레짐작하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번도 넘어져 본 적 없는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수십 번 넘어져봤기에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성공담은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주지만, 실패담은 우리에게 생존법을 알려줍니다. 당신의 그 초라하다 믿었던 실패담이, 지금 비슷한 길 위에서 절망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실한 지도 한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걸이형의 라떼톡톡>은 바로 그런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치렀던 비싼 대가들을, 저만의 레시피로 잘 다듬어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라떼 한 잔으로 내어놓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밤새 흘렸던 눈물, 무릎이 깨져가며 넘었던 문턱, 억울함에 잠 못 이뤘던 밤들. 그 모든 것이 당신의 라떼를 만드는,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최고급 원두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당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라떼입니다.

- 걸이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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