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그런데 이거 왜 파세요?"
이십 년도 더 된 일이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첫 가게를 열고 정신없이 장사하던 어느 날, 단골처럼 보이던 젊은 손님 한 분이 툭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메뉴판의 다른 음식과 무엇이 다른지, 왜 이게 더 비싼지를 묻는 질문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 손님은 제 가게와 인생의 정중앙에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어... 돈 벌려고 팝니다."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모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고생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사업의 '목적'일 수는 있어도, 존재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젊은 손님은 제 대답을 듣고 희미하게 웃더니, 그 뒤로 가게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가슴에 박힌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습니다. 장사가 안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이것을 왜 팔고 있는가?'
'돈'이 이유가 될 수 없는 진짜 이유
많은 사장님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왜 문제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사업의 유일한 이유가 되는 순간, 가게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은 신세가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보다 돈이 더 많은 경쟁자가 나타나면 그날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최우선인 가게는 모든 결정을 돈으로 합니다. 옆 가게가 100원을 내리면 저는 200원을 내리고, 경쟁 업체가 경품을 걸면 저는 더 비싼 상품을 내걸게 됩니다. 결국 끝없는 출혈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다가 모두가 위험해지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돈'만을 이유로 삼는 사업에는 '낭만'도, '철학'도, '자부심'도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위기가 닥쳤을 때 버텨낼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당신의 브랜드를 만듭니다
"이 국밥이요? 제가 젊었을 때 위가 좋지 않아 고생했는데, 그때마다 저희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바로 그 국밥입니다. 돈이 부족해도 속 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저처럼 속 아픈 분들이 편안하게 한 끼 식사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때의 레시피 그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똑같은 국밥 한 그릇을 팔아도, 이렇게 대답하는 사장님의 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야기'와 '철학'이 됩니다. 손님들은 그 국밥을 먹으며 사장님의 진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 이 책 말입니까? 요즘 세상이 너무 빠릅니다. 잠깐만 한눈을 팔면 중요한 것을 모두 놓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세상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쉼터 같은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파는 이유는, 손님들께 한두 시간의 '고요한 몰입'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대답은 또 어떻습니까? 책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을 팔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시작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왜 파는가?"라는 질문은 내 상품과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묻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한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경기가 어려워도,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바로 거기에서 나옵니다. 내 상품에 대한 확신과 사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종이와 펜을 꺼내 한번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OOO을 판다. 왜냐하면..." 이 빈칸을 당신만의 이야기와 진심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투박해도 괜찮고, 조금 개인적이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당신의 진심이 담겨 있느냐는 점입니다.
만약 이 빈칸을 채우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사업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손님이 던진 그 질문이, 사실은 당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던 것입니다.
"사장님, 당신은 이것을 왜 팔고 있습니까?"
이제, 당신의 대답을 들려줄 차례입니다.
걸이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