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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가게'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냄새, 혹시 당신에게도?

by 걸이형 2025.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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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흥망성쇠의 냄새에 관한

 

 

안녕하십니까.

후각은 기억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감각이라고 합니다. 20년 전, 허름한 시장 골목에서 맡았던 멸치 똥 따는 냄새가 지금도 코끝에 생생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자영업을 하다 보면, 실제 코로 맡는 것보다 더 지독하고 선명한 '냄새'를 감지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망해가는 가게' 특유의 냄새입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닙니다. 수많은 가게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또 제 스스로가 처절한 실패의 한복판에 서보기도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침체의 늪에 빠진 공간들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운영하시는 가게의 문을 열었을 때, 다음에 설명할 세 가지 냄새 중 하나라도 느껴진다면,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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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냄새: 먼지 쌓인 희망

가게 구석 선반 위, 언제 갖다 놓았는지 모를 장식품에 먼지가뽀얗게 쌓여있는 풍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의 희망과 설렘은 바로 저 먼지 쌓인 장식품과 같습니다. 한때는 반짝였지만, 이제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그저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메뉴판은 닳고 닳아 너덜너덜한데 바꿀 생각조차 못 하고, 유행이 열 번도 더 바뀐 인테리어를 '우리 가게만의 고유한 멋'이라며 애써 외면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에 대한 체념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아주 무겁고 퀴퀴한 침체의 냄새입니다.

두 번째 냄새: 영혼 없는 친절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 영혼 없이 발사되는 "어서 오세요!"라는 고음의 외침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얼굴 근육은 웃고 있지만 눈은 텅 비어있는 사장님의 표정. 그것은 환대가 아니라 절박함의 다른 표현입니다. 어떻게든 손님을 붙잡아야 한다는 초조함이 과잉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것이죠. "맛은 어떠세요?", "필요한 건 없으세요?"라며 쉴 새 없이 테이블 주위를 맴도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손님은 편안함 대신 부담감을 느낍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여유 있는 환대와, 당장 내일의 임대료를 걱정하는 사람의 억지웃음에서 나는 냄새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마지막 세 번째 냄새입니다. 바로 사장 자신에게서 나는 '체념'의 냄새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에게서는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더러운 유니폼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카운터 위에는 각종 영수증과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이 체념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감기가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타협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만성질환과도 같습니다. '오늘은 바쁘니까 대충 청소하자', '이 정도는 손님들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작은 자기 합리화가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가게 전체를 좀먹는 거대한 무기력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손님이 있건 없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고, 직원들의 표정 역시 사장과 똑같이 어둡고 생기가 없습니다. 이 '체념'의 냄새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가게 전체의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손님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손님들은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그 무거운 공기를 먼저 맛보고는 본능적으로 '이 가게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냄새의 근원

이 세 가지 냄새의 근원은 결국 하나입니다. 바로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한때는 손님 한 분 한 분의 입맛을 기억하고,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밤새 원두를 볶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티기 급급해지자, 어느새 저는 커피를 내리는 장인이 아닌, 돈을 계산하는 기계가 되어 있더군요. 단골손님이 "사장님, 요즘 커피 맛이 예전 같지 않네요"라고 툭 던진 한마디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커피가 아닌, 제 영혼을 팔고 있었던 겁니다.

가게는 사장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당신의 표정이 어두우면 가게의 공기도 어두워지고, 당신이 희망을 놓으면 가게의 선반에도 먼지가 쌓입니다.

혹시 당신의 가게에서, 혹은 당신 자신에게서 오늘 제가 말씀드린 냄새가 희미하게나마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묵은 메뉴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 걸이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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