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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망했다고 생각될 때, 딱 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by 걸이형 2025.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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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극복, 다시시작

 

 

가게 문을 닫은 늦은 밤, 홀로 의자에 앉아봅니다. 차가운 계산기 위에는 독촉장 몇 개가 쌓여있고, 스마트폰은 며칠째 잠잠합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먼지 쌓인 테이블들을 보고 있으면, 내 인생 전체가 이 가게처럼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 자영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절대적인 절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다 끝났다. 망했다.'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는 뭐라고 말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책과 후회가 온몸을 옭아맵니다. 이 생각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불 밖으로 나갈 힘도, 누군가에게 전화할 용기도 사라지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의 첫 레스토랑을 폐업하기로 결정한 그날 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가 된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그날 아침

폐업을 결정하고 맞이한 다음 날 아침은 유독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내와 아이들 볼 낯도 없어 도망치듯 집을 나섰습니다. 갈 곳이 없었습니다.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이미 내 것이 아니게 된 가게로 향하고 있더군요.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에 서니, 그동안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모든 게 끝났는데, 이제 와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그냥 다 포기하고 잠적해버릴까. 머릿속은 온통 어지러운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게 앞에 누군가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였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지배하던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멈췄습니다. 한심했죠. 가게는 망했어도, 내 가게 앞이 더러운 건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건 사장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냥 몸이 움직였습니다. 가게 열쇠를 꺼내 셔터를 올리고, 빗자루를 들고 그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 지저분한 가게 앞을 쓸었습니다.


내가 기억해야 할 '단 한 가지'

제가 '다 망했다'고 생각되던 그 순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대단한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일어서서 재기해야지!' 같은 뜨거운 구호는 현실감 없는 메아리일 뿐이었죠.

그때 제가 기억해야 할 단 한 가지는, 바로 '지금 당장 해야 할 가장 작고 당연한 일 하나'였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가게 앞을 쓰는 행위'였던 겁니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가게였지만,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빗자루질을 하는 동안, 저는 '망해버린 미래'나 '실패한 과거'가 아닌, '지금 내 손안의 빗자루'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쓸고 나니, 땀이 맺혔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망은 마치 짙은 안개와 같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죠. 우리는 그 안갯속에서 출구를 찾겠다며 허우적대지만, 멀리 있는 출구는 보이지 않으니 더 큰 공포에 빠집니다. 하지만 안갯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 멀리 있는 출구가 아니라, 바로 내 발밑을 비추는 것, 그리고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결국 우리를 안개 밖으로 이끌어주는 것이죠.


당신의 '빗자루'는 무엇입니까?

사장님, 지금 너무 힘드십니까? 모든 게 끝났다고 느껴지십니까?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거대한 절망의 벽을 한 번에 부수려고 하지 마세요.

딱 하나만 생각하세요. 내일 아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하나가 무엇인지. 그것이 밀린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일 수도, 한동안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거는 것일 수도, 아니면 그저 이불을 개고 깨끗이 씻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냥, 그것을 하십시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절망의 사슬을 끊는 첫 번째 망치질이 될 겁니다. 바닥의 좋은 점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이제 당신은, 그 작은 빗자루질 한번과 함께,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 걸이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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